실내로 들어온 자연
Ⓒ La Forma
대부분 집에서 화초나 관목을 하나쯤 기르고 있을 것이다. 에디터는 작년 생일 선물로 공기정화에 좋다는 귀여운 스투키 화분을 선물 받았고, '기정'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아직도 잘 키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인이 새로운 가게를 차려서 귤나무를 고운 화분에 담아 선물하기도 했다. 열매가 맺힐 즈음 찾아가 그동안 장사는 어떠셨는지 안부를 물어볼 예정이다. 함께 일했던 어느 선배는 집에서 방울토마토를 길렀는데, 정을 너무 많이 줘서 먹기 아깝다는 말도 한 적이 있다. 옆자리에서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의 책상 위에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선인장이 몇 년째 잘자라고 있기도 하다.
Ⓒ Sancal - City Sofa
지금은 조경이 없는 실내 공간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실내 조경은 가정집, 사무실, 카페와 레스토랑, 어디를 가더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 해 전부터는 '반려 식물', '플랜테리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에디터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키우기 쉬운 식물', '스투키 물주는 방법'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초록의 잎사귀가 주는 편안함은 일상의 온갖 화를 잊게 하고,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정성 들여 가꾼 화분이 무럭무럭 자라 꽃과 열매를 맺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 Cecilie Manz - Atmosphere Dining Set Ⓒ GLOSTER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인류가 실내 조경을 시작한 것은 로마제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적지의 집터 등에서는 실내 공간에서 화분에 관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식물을 심고 길렀던 흔적이 발견됐다. 이 시기에는 볕이 잘 들고 깨끗한 물이 충분하며, 화초가 생존할 만큼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즉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 정도만 실내 공간에서 식물을 기를 수 있었다.
INGA SEMPE - Vitrail-Wall mirrors Ⓒ StudioSempix
Ⓒ La Chance - Parisian Showroom
Ⓒ Cecilie Manz - Atmosphere Chaise Set Ⓒ GLOSTER
고고학자들의 발굴을 보면 부유한 로마인들은 과시의 목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선호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테라코타나 대리석으로 만든 화분에 커다란 장미목과 제비꽃 등을 주로 키웠다.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중세 유럽에서는 한동안 실내 조경 식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시기에는 일부 수도승들만이 허브처럼 먹거나 약재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식물들을 재배했다.
Ⓒ 11Howard Hotel, NY - Space Copenhagen
유럽 대륙 위 실내에서 기르는 초록의 식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다. 당시는 아름다운 화병 등 미적으로 가치있는 공예품을 수집, 전시하는 것이 부유층들 사이에서 유행이었고, 꽃과 화초는 그들의 수집품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로 공간을 장식했다.
Ⓒ HAY - Moroccan Vases
Ⓒ Norm Architects - Byoh Matcha Bar
부유층만의 전유물이던 조경 식물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집에서도 자라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다. 산업혁명과 건축 기술의 발달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따뜻하고 볕이 잘 드는 집에서 화초를 키울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가드닝과 실내 조경에 대한 서적 역시 유럽 전역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실내에서 키우기 적합한 화초에 대한 연구도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 Bartoli Design - Bonaldo - Mellow
현대인들은 실외보다 실내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자연을 접하려는 우리의 욕구는 실내공간이 주는 쾌적함, 편리함만으론 해갈할 수 없었다. 때문에 우리는 틈이 나면 공원으로, 산으로, 숲속으로 떠나 꽃과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나들이를 통해 이따금 만날 수 있는 초록 식물들로 만족할 수 없는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화초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안으로 자연을 들여오기도 한다.
실내로 들어온 자연,
실내 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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